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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통해 지혜 얻고 신중함 키워… 공부 밑바탕 됐죠"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6.04.10 17:06
해외 명문대 13곳 합격한 바둑 아마 기사 이수정양
김종연 기자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를 졸업한 이수정(19)양은 컬럼비아대·펜실베이니아대·코넬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세 곳을 포함, 듀크대·노스웨스턴대·카네기멜런대·미시간대 등 해외 명문대 총 13곳에 합격했다. 그는 "내 합격 비결은 바둑"이라고 단언했다. 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바둑이 대입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양은 고교 1학년 때 국가대표로 유럽바둑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이듬해 세계청소년바둑대회에선 6위를 차지했다. 고3인 지난해엔 한국기원 공인 아마 4단에 올랐다. 이 같은 활동은 지원했던 모든 대학 에세이의 주요 소재가 됐다. 그는 "외국에선 보기 드문 활동이라 입학사정관 눈에 띄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둑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은 경험을 잘 풀어낸 것이 더 큰 요인 같다"고 했다.
"처음 바둑을 둘 때는 상대가 돌을 놓자마자 1초도 안 돼 제가 다음 수를 두곤 했어요. 그런데 바둑에선 한 번 돌을 두면 되돌릴 수 없거든요. 그렇게 성급하게 둔 돌이 결국 화근이 되는 일이 잦았어요. 나중엔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 생겼죠." 대국 한 판에 세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긴 시간 진득하게 앉아 집중하는 훈련을 했던 것도 귀한 경험이었다.
교과목 중에선 수학·과학에 특히 도움이 됐다. "바둑을 알기 전에는 수학이나 과학적 감각이 영 좋지 않았어요. 심지어 싫어했죠. 하지만 바둑을 시작하면서 몇 수 앞을 미리 상상하는 연습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공간지각력과 수리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었어요. 실제로 성적도 좋아졌습니다. 지금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교들도 공과대학 계열로 지원한 곳이고요. 앞으론 응용수학이나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하려고 합니다. 바둑이 아니었다면 이런 적성을 발견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물론 바둑 실력 외에도 이양이 갖춘 합격 요소는 많다. 그는 융합형 인재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 있던 3000여 권의 도서를 다 읽다시피 했고, 교육청 소속 창작영재원에서 5년간 꾸준히 다양한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급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 마음에 원서를 읽고 서점에 있는 영단어 책을 닥치는 대로 구해 가지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암기했다. 수학·과학 대회 실적도 두드러진다. ▲하버드-MIT 수학대회 2015년 개인 33위 ▲국제환경탐구 올림피아드 국내 1위 ▲국제표준올림피아드 우수상 ▲국제환경공학/응용학회(ICEEA) 최우수논문상 ▲'탄성포장재 조성물' 특허 출원 후 등록 등 여러 기록을 갖고 있다. SAT 2380점(2400점 만점)·AP 11과목 이수 등 성적도 우수하다. 이양은 "해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교과 성적을 관리하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하는 건 기본"이라며 "그 외에도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찾아내 집중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