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봄꽃이 만개한 한국외대부속용인외국어고(이하 '외대부속외고') 교정은 활기찼다. 남학생들은 농구장과 축구장을 누볐고 여학생들은 운동장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얘기꽃을 피웠다.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란 사실을 깜박 잊을 정도로 다들 표정이 밝았다. '같은 반 친구에겐 노트도 빌려주지 않는' 살벌한 경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개교(2005년) 이래 7년간 꾸준히 펼쳐온 인성교육 덕분이다.

지난해 외대부속외고는 큰 변화를 겪었다. 특수목적고(외국어고등학교)에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로 전환된 것. 지난 2010년 11월 취임해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온 김성기 교장은 "전국단위 신입생 모집이나 교육과정 자율 편성 등 자사고가 지닌 장점을 십분 살려 세계적 명문고로 거듭나기 위해 (자사고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4월 현재 이 학교 1·2년생은 전원 인문사회(문과)·자연과학(이과)·국제 등 3개 계열로 나뉘어 교육받고 있다.

◇탄탄한 커리큘럼 바탕 위에 '인성' 입히다

외대부속외고의 3대 교육 목표는 '창의성·자율성·인성' 교육이다. 김 교장은 특히 인성교육에 각별히 신경 써 왔다. 외고 시절부터 시행하던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텃밭 가꾸기' '선생님과 도시락 먹기' '컴퓨터 사용 줄이기' 등을 더한 것. 텃밭 가꾸기는 학교 뒤 공터를 개간해 학급·동아리 등에 나눠주고 다양한 농작물을 기르게 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엔 텃밭에서 고구마를 수확, 판매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텃밭 가꾸기는 학생들에게 자연친화적 시각과 협동심을 기르게 해줘 여러모로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노트북과 스마트패드 등의 기숙사 반입을 금지했어요. 컴퓨터 앞에 오래 있을수록 학생들의 창의성은 줄게 마련이거든요. 처음엔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학생들이 반색합니다. 지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졸업생이 인터뷰 당시 '컴퓨터를 멀리한 덕분'이라고 얘기한 효과도 컸어요. 교사와 학생이 등산이나 산책을 함께하고 도시락을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선생님과 도시락 먹기' 프로그램도 반응이 꽤 좋습니다."

학교 측은 정규 수업과 방과 후 프로그램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구성했다. 교사들은 일방적 강의 대신 토론·발표 등의 협동 수업으로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 영어 교과는 물론, 수학·과학·경제·음악 등 일부 교과 수업도 영어로 진행한다. 전교생이 필수로 이수하는 제2외국어 역시 2학년 때부턴 해당 언어로 수업한다. 특히 'ET(Elective Track)'로 불리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김 교장은 "수학·과학·영어 등 기본 교과 외에 라크로스 같은 예체능 교과, 국제반 학생을 위한 AP(Advanced Placement·대학 학점 선이수제) 수업까지 80여개 강좌를 운영 중"이라고 자랑했다.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국제반 학생들은 매주 외국어(영어 포함) 에세이를 한두 편씩 작성하고 첨삭 지도를 받는 '라이팅 온라인(Writing On-Line)' 프로그램으로 원어민에 버금가는 외국어 실력을 쌓고 있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과정은 놀라운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외대부속외고는 2012학년도 입시에서 5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는 전국 자사고 중 단연 1위 실적. 고려대·연세대 합격자도 150명에 이른다. 국제반의 성과도 눈부시다. 하버드대 2명, 예일대 2명, MIT 3명, 스탠퍼드대 3명, 컬럼비아대 3명을 포함해 도합 187명이 해외 명문대에 합격했다.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진 외대부속외고 교정·기숙사 모습./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학교생활 미리 체험하는 여름캠프 오세요"

외대부속외고는 우리나라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학교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입학 설명회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도 뜨겁다. 접수 하루 만에 참가 신청이 마감되는가 하면 초등생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를 찾는 학부모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사고로 전환된 이후엔 입시 준비법 관련 질문이 곱절로 늘었다. 학원가에선 "내신성적이 상위 2.5% 안에 들어야 한다"는 등의 말로 학부모를 현혹하지만 김 교장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내신성적·자기소개서·학업계획서·교사추천서·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과 학업 의지, 열정을 고루 평가한다"는 게 그의 설명.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영어 면접도 치르지 않는다.

"예컨대 동아리 활동에서 보인 리더십이나 대회 참가 실적 등의 비교과 활동도 평가 대상입니다. 하지만 수상 실적은 그다지 큰 고려 요소가 아니에요. 대회에서 떨어졌다면 탈락 이유를, 상을 받았다면 수상 노력을 아는 게 훨씬 더 중요하죠. 동아리 활동의 경우 어떤 점에 흥미를 느껴 시작했는지, 리더십과 관련해선 친구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 중3 학생이라면 이런 점을 참고해 지금부터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준비하세요."

외대부속외고는 진학을 희망하는 초·중학생을 위해 학교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여름방학 캠프를 개최한다. 참가자는 한 달간 실제 외대부속외고 재학생과 똑같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영어 교과서로 수학·경제·과학·세계사 수업을 듣게 된다. 토론·스피치·논술 프로그램 등 영어와 창의사고력, 논리력을 키우는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강사진은 전원 외대부속외고 교사와 원어민 강사, 대학교수 등으로 꾸려질 예정. 본 캠프와 별도로 운영되는 '글로벌 리더 캠프'에선 외대부속외고 국제반 교사진의 지도 아래 해외 명문대학 진학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김 교장은 "이번 캠프에선 국내외 명문대에 입학한 외대부속외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대거 멘토로 참여해 학습법 등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로 했다"며 "특히 우리 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초·중학생의 동기 부여 측면에서 더없이 좋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