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3년 3월 22일 방송 - EBS>

2. <2013년 1월 17일 - 인천 인터넷 신문>

  부평구 십정동에 자리 잡은 혜광학교는 수도권 유일의 시각장애학교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독서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청서(聽書)'하는 경우가 많다. 읽는 게 아니라 듣는다. 점자책을 읽기도 하지만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는 점자조차 읽기가 힘들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혜광학교에서는 전문 성우의 도움으로 도서를 녹음하고 있다. 
녹음은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 일반인에게는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전문성우가 아닌 학생들이 이 녹음봉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혜광학교의 녹음실, 학생들이 녹음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은 2011년부터 녹음봉사를 해 온 성우 양영훈 씨가 맡고 있다.
"녹음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텐데, 학생들이 배우려고 하고 열심히 하니까 너무 기특해요."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용인외고의 봉사동아리 'Brighten The Book'의 회원들이다. 그들은 이름 그대로 혜광학교 학생들에게 책을 통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이 학생들은 많은 봉사활동 중에 왜 '녹음'이라는 방법을 택했을까?
동아리를 만든 홍은지(18)양은 "앵커가 장래희망이라 중학교 때 부터 녹음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녹음봉사라는 걸 알게됐어요. 좋아하는 활동으로 불편한 친구들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라며 "녹음봉사를 하고 싶어도 저희 같은 학생들은 잘 받아주지 않는데 기회를 준 혜광학교 측과 점역사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려요."라고 전했다.

 

녹음봉사를 담당하고 있는 점역사 신정연 씨는 "학생들이 의욕도 강하고 외고 학생들이라 영어를 잘하니 영어동화를 녹음 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녹음기술은 6번의 교육을 통해 배우기로 했죠. 오늘이 마지막 교육날이에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2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발성, 목소리 연기 등을 배우며 실전녹음을 준비해 왔다. 오늘 교육이 끝나고 나면 7명의 동아리 학생들이 매주 2명씩 돌아가며 혜광학교 녹음실에서 동화책을 녹음할 예정이다. 

 

동아리 회원 중에는 집이 멀리 부산인 학생도 있었다. 이웅기(18) 군은 기숙사생활을 하며 집이 그리울 법도 한데 인천까지 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가족들이 보고 싶긴 해요. 그래도 정말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고 있어요. 동아리친구들과 회의를 하다보면 저희가 앞으로 해야 할 게 많은 걸 느끼는데 그럴수록 의욕이 생겨요."라며 "녹음을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고, 영어동화의 경우 제 영어발음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혜광학교 측과 학생들 모두 win-win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다.

'Brighten The Book' 학생들은 녹음봉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동아리 내에서 자체적으로 동화책을 만들어서 시각장애인학교에 전달하고 싶어한다. 동화책 제작이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걸 알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바자회나 연극공연을 통해 비용을 마련할 생각이다. 
스스로 일을 기획하고 이끌어나가려는 것에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홍은지 양의 어머니 박영주씨는 "아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응원하지만 학업에 지장이 되는 부분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벽에 부딪히게 되서 걱정이예요."라며 "인천시에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활동이 더 활성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래요."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실제로 학생들은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것은 거리. 용인에 위치한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녹음봉사'를 하기위해 4시간에 걸쳐 버스를 타고 온다. 취재 당일에는 인천으로 오는 도중 길을 잃어 교육이 끝날 때까지도 도착하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홍은지양은 "처음에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거리가 너무 멀어서 탈퇴한 친구들도 있어요. 이젠 동아리 연합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예요. 혜광학교에 꾸준히 올 수 있는 인천-경인지역의 학생들이 참여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경인지역에 외고가 많잖아요. 영어동화책 녹음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라고 전한다.

'Brighten The Book' 동아리는 '책읽기'를 넘어 혜광학교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밝혀주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봉사의 끈을 놓지 않는 학생들, 'Brighten The Book'동아리가 전국의 시각장애인학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아리로 확대되길 응원한다.(참여문의 032-522-8345)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