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부속용인외고1 김종국

  친구 세 명이 모이면 둘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이 즐겁다는 김종국(17)군은 국가대표 통상전문가를 꿈꾼다. 2008년 한·미 쇠고기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실무자의 역량부족으로 국익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력 있는 협상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원국제중 출신으로 비교내신 만점인 김군은 친구들과 함께 대원외고 문을 두드릴 법도 했지만, 시선은 외대부속용인외고를 향했다. 용인외고는 기존 외고체제에서 2011학년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했다. 통상전문가를 꿈꾸는 김군이 외국어 교육 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여긴 배경이다. 용인외고가 충분한 자습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울 수 있는 기숙형 학교라는 점, 200여 개의 동아리가 있어 영어봉사와 경제공부를 집중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최고의 친구들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는 점도 김군을 자극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지망하는 예비 통상전문가의 용인외고 입성기를 들어봤다.

수석의 비결은 ‘통섭’  
  김종국군은 유학으로 인해 생긴 어휘의 공백도 토론을 준비하며 크게 향상시켰다. “소재의 중요도를 파악하고 시간안배를 연습할 수 있는 토론의 특징은 다른 영역의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고 밝혔다.김종국군은 수학을 좋아하고, 영어를 잘하며, 토론에 강한 ‘통섭형 인재’다. 김군은 초등학교 때 참가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영재교육원(CTY)의 입학시험을 전미 1위로 통과했다. 같은 해에는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을 수료하는 등 수학을 무척 좋아했다. 중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김군에게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게 했다. 수학·과학에서 뛰어난 친구들이 너무 많아 이과적 성향이라고 판단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 이 과정에서 읽은 ‘수학, 철학에 미치다’(장우석)라는 책은 수학을 좋아한다고 해서 꼭 자연계를 가지는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데카르트와 같은 철학자의 고민을 통해 수학도 인문학인 철학의 한 장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고민을 거듭한 끝에 통상전문가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용인외고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김군에게 유학은 빼놓을 수 없는 재산이다.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영어 관련 활동의 근본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방과후수업인 영어토론, 영작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TIME지 읽기와 TED 시청 등을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2년 간 경험한 유학의 힘이 크다. 통상전문가를 꿈꾸는 김군에게 국제적 감각과 안목을 키워준 경험이기도 하다. 김군은 “영어도 언어인지라 뉘앙스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인데, 그 부분은 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유학생활을 통해 미국문화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회계사 시험까지 모두 합격한 아버지의 열정과 철학은 국가공무원을 꿈꾸는 김군이 가장 닮고 싶은 부분. 때로는 무서운 선생님 같기도 한 아버지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을 자주 해주신다고. 삼형제의 맏이로서 아버지의 말씀대로 동생을 배려하고 본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는 김군은 “아버지께서 반복적으로 해주시던 말씀이 어느새 생활의 지침이 되어 내 재산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자소서 작성전략은 ‘지피지기’

  김군의 자기소개서는 용인외고의 특징과 인재상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꿈인 통상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으로 용인외고에서 자랑하는 영어토론수업과 경제수업, Economist라는 경제동아리 활동 등을 예로 들었다. 용인외고만의 특색인 선택형 방과후 활동 ET시스템(Elective Track)과 프로젝트형 수업 PBLC에 대해 깊은 이해를 드러내는 데도 주력했다.

  활동내역은 담백하게 표현했다. 중학교 시절 방과후수업인 영어토론, 영작 수업에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거둔 내용, TIME지 구독, TED 시청및 Freaknomic 라디오 청취 등 꾸준한 활동을 기재해 만점에 가까운 토플실력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을 드러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주요내용을 스크랩한 경험을 토대로 교내 영자신문에 기고한 경험도 기록했다. ‘In-the-End: Destruction of Euro? and Korea’라는 제목의 기사로 유럽재정위기의 원인 및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내용이다.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는 경제학뿐 아니라 ‘수학, 철학에 미치다’(장우석)라는 수학 관력 서적도 추가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핵심 인성요소에 대한 문항에는 교내활동을 통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3년 간 반장, 축구부주장, 영자신문부 편집장을 지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소통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영자신문부 활동은 질적인 면에서 남다르다. “축제를 준비하며 1200여 권의 책을 부원들로부터 기증받아 캄보디아에 기부한 경험이 있다. 부원들이 축제기간에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불평했지만 자부심을 가지라고 격려하여 결국 ‘와프’라는 단체를 통해 두 해 동안 책을 보내줄 수 있었다”며 “어떤 봉사활동보다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은 최고의 무기

  김군의 이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토론. 제1회 HAFS 주최 영어토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학생영어토론대회(NSDC), YTN주최 영어토론대회, 대원외고 주최 국제영어대회(IET), 민사고 토론대회 에서도 매번 본선에 진출한 실력자다.

  김군은 “토론이야말로 공부에 있어 최고의 무기”라고 추천한다. 토론은 사고와 논리의 총체이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배경지식도 빼놓을 수 없는 토론의 장점이다. 기업 내에서 여성쿼터 할당,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입장 등 국경과 분야를 초월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김군은 사고의 폭을 국제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특별한 준비가 없어도 된다는 점 역시 토론의 또 다른 매력.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 일상은 토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김군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양측의 주장이 오가는 영어토론에 매력을 느낀다. “‘모 아니면 도’식의 토론이 아니라 상대의 발언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기와 다른 점에 한해 반박을 하는 과정은 토론을 보다 풍성하게 한다”고.

실제로 김군은 의회식 토론대회에서 다른 참가자의 발언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면 바로 손을 들고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가해 용인외고 주최 토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생각이 날 때 바로 발표하지 않으면 다른 화제로 전환되어 반박다운 반박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김군의 생각이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