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영어과 권소연 학생에 관한 기사가 조선일보(8월29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환경 동아리로 출발… 국제 무대 데뷔했죠"

'우면산 산사태'가 났던 지난해 7월의 어느 날, 권소연(용인외고 3년)양은 강남역 한복판에 고립됐다. 동네(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출발한 버스 안에서 3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후여서 집에 돌아갈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한 시간가량 대피했다. "지하철 분당선을 따라 달리는 버스 노선이었는데, 김 서린 창문 뒤로 보이는 전철역마다 물에 잠겨 '출입 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었어요. 도시에서 이런 큰 자연재해를 경험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이날 경험은 권양을 '빗물 전문가'로 거듭나게 했다. 1년여가 지난 지난달 16일, 권양은 '집중호우에 따른 도시유역 홍수 위험성 예측과 해결 방안-안산천·화정천 유역을 중심으로'란 논문으로 경기 안산시 재난안전과가 수여하는 감사패를 받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이 '도시 홍수'를 초래한다고 말해요. 두 성분 모두 배수가 잘 안 되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죠. 제 논문에선 여기에 '토성(土性)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덧붙였어요. 흙만 해도 물이 지나가는 속도, 물을 흡수하는 정도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해요. 제 실험에 쓰인 흙은 총 11가지인데 홍수 피해 회복에 가장 좋은 건 알갱이가 큰 모래였죠." 그는 "극적인 홍수는 우리나라보다 태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며 "대개의 원인은 급격한 도시화"라고 덧붙였다.

권양이 짧은 시간 동안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고교 시절 내내 활동한 교내 환경 동아리 '한나무' 덕분이었다. 사실 그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환경 문제에 전혀 문외한이었다. "다들 동아리 활동 하나씩은 해야 한다고 해 별 생각 없이 한나무에 가입했어요. 1학년 땐 한나무 활동의 하나로 몽골 사막지역 '바양노르'에 다녀왔어요. 온종일 나무를 심으며 땀을 흘렸지만 무려 1주일간 단 한 번도 샤워를 하지 못했습니다. 물이 부족한 곳이었거든요. 마시는 물도 끼니 때마다 겨우 한 모금씩 먹을 수 있었죠. '나무 지킴이'를 꿈꾸던 제가 당시 경험 이후 처음으로 '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후 물에 대한 관심을 바다로 확장한 그는 고교 2년 때부터 동아시아 해양 관련 비정부기구(NGO) '오션(OSEAN)'의 해외 뉴스레터 기사를 번역하며 본격적인 '물 공부'에 돌입했다. 지난달엔 경남 창원에서 열린 PEMSEA(동아시아해역 환경관리협력기구) 포럼에도 참가했다. "상어가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사실 아세요? PEMSEA 포럼에서 만난 드와이트 로우넨 선생님이 알려주셨답니다. 지구 남쪽 바다에선 상업적 이유로 상어가 굉장히 많이 포획되고 있어요. 이 같은 현상 이면엔 '상어는 위험한 동물이니 죽여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죠. 다행히 요즘 한편에선 한 수조 안에 상어와 사람을 넣어놓고 서로 교감하게 하는 환경 운동도 벌어지고 있대요."

논문 주제를 안산천과 화정천으로 정한 건 해양 환경 활동을 펼치며 알게 된 '시화호'의 명성 때문이다. 시화호는 경기 안산·시흥·화성시에 걸쳐 있는 인공 호수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악취가 들끓었던 시화호는 극적으로 정화 작업에 성공하며 전 세계 환경운동가가 주목하는 곳이 됐다. "처음엔 시화호 홍수에 관한 논문을 쓰고 싶었어요. 이후 안산시의 위탁을 받아 시화호 오염물질을 연구하고 있는 '하이드로코어' 조홍래 박사님을 찾았죠. 패기 있게 제 논문 주제를 말씀드렸더니 자상한 말투로 논문 주제를 싹 바꿔놓으셨어요.(웃음) '시화호는 규모가 너무 크니 (시화호의 지류인) 안산천과 화정천에 대한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하신 거죠. 이후 그 조언에 따라 논문 작업이 시작됐어요."

조 박사가 제안한 수문학 책을 읽으며 차근차근 준비한 논문은 며칠 전, 국제무대 데뷔를 성공리에 마쳤다.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일본 센다이에서 개최된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주최 제2회 유네스코 청년포럼 '자연재해를 넘어서(Looking Beyond Disasters)'에 참가해 자신의 논문을 발표한 것. "행사 이틀 전(13일) 센다이에서 진도 7.3의 지진이 났대요. 재해가 잦은 지역에서 홍수 관련 얘길 할 수 있어 더욱 뿌듯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연구하는 것들이 세상 모든 재해 예방과 극복에 긴요하게 쓰이길 기대합니다."

국제부장 김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