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첫 번째는 혁신(革新)이었다. 혁신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잭 웰치(Welch) 전 GE 회장은 1981년 180여 사업부 중에서 의료, 서비스, 금융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43개 사업만 남겨놓고 모두 없애버렸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 역시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며 혁신을 부르짖은 뒤 60여 개 자회사 중 전자, 금융, 서비스 분야만 남겨놓고 대폭 정리한 다음 삼성전자에 총력을 기울여 세계적인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 경영자의 키워드는 창조(創造)로 바뀌었다. 혁신 전도사 잭 웰치 대신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Jobs)가 창조경영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고, 이건희 회장 역시 미래를 위한 키워드로 혁신을 버리고 창조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2010년 정도 되면 지금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창조경영으로 미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말 같지만 혁신이 기존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면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모르는 것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혁신에 비해서 체계적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는 것을 바꾸는 혁신은 그 범위와 가능성이 유한한 반면, 창조는 은하수를 포함한 우주 이상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모르는 것의 1%, 아니 0.0001%도 안되기 때문이다.
또 혁신은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지만, 창조는 익숙한 것이 없으므로 버릴 필요가 없다. 이 점에서는 더 쉽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전 세계 모든 기업들에 창조경영은 새로운 코드로 등장했다.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조직은 새로운 프런티어와 무한한 미래를 창조경영에서 모색하고 있다. 국경선이 모두 허물어진 오늘날 한국의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벤처기업 모두 창조경영을 해야 한다.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 10년 후의 신(新) 성장동력 확보가 지상 과제가 된 지금, 비전과 상상력으로 ‘사막 위 뉴욕’을 건설한 셰이크 모하메드(Mohammed) 두바이 통치자의 창조적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혹자는 창조란 하느님이 주신 선물(gift), 즉 타고 태어나는 것이지 공부해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
창조를 등산에 비유해 보자. 높이 8848m인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갈 때 해발 0m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해발 4800m, 5300m, 그리고 더 높이 베이스캠프를 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고, 정상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등산이 과학과 체력이 합쳐서 이루어지듯이, 창조 역시 체계적 접근과 상상력이 합쳐서 이루어진다.
창조경영의 출발은 백지 위에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 모습, 비전을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경영에 더욱 중요한 과제는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환경과 자원을 창조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환경과 자원을 찾을 수 없다면 만들어 넣어야 한다. 있는 환경과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만 따지는 소극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이 창조경영을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본받을 만한 기업이 없다는 뜻이고, 삼성을 세계 제1의 기업으로 올려놓겠다는 뜻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세계 일류 국가가 되려면 혁신만으로는 안 된다. 5년 후, 10년 후,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과 자원을 창조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사원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