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배우러 여름학기에 이화여대를 찾은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들은 18일 “하버드대는 잠재력을 보고 신입생을 뽑는다”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취재진의 입에서 나오기 무섭게 자신의 입학 경험을 털어놓았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한국계 그레이스 조(19.여)씨는 “나는 학교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SAT가 좋지 않았다”면서 “내가 대학에 보낸 에세이를 토대로 장시간 인터뷰를 받았고 대학에서 합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버지가 목사이고 어머니는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아서 내가 동생들을 입히고 먹이면서 거의 돌봐야 했다”면서 “동생들 뒤치다꺼리를 하면 새벽 2-3시에 잠이 드는 때도 많았는데 그런 생활과정이 대학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마리노 아판트(19)씨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나는 공부를 썩 잘 하지도 못했는데 여러 관심 분야를 갖고 프랑스, 러시아 등을 떠돌아다녔다”며 “내가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나 보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타리카에 있는 친구들도 교육의 질이 매우 나쁜 고등학교를 나왔고 공부도 못하는데 하버드에 다닌다”며 “모두 잠재력으로 들어왔는데 그 잠재력이라는 것은 지금 뭘 갖고 있느냐는 게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들을 인솔해온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원 카터 애커트 교수는 한국의 주요 대학들은 시험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일반에도 시험을 잘 봐야 좋은 대학을 간다는 통념이 있는 반면 하버드대는 시험만큼이나 자라온 환경, 개성, 관심사 등을 모두 소중하게 들여다 본다고 설명했다.
이들 하버드 재학생은 이화여대가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하계 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3주 전 건너와 한국사와 한국어 수업을 듣고 고궁, 전쟁기념관, 판문점 등을 방문했다.
이들은 애커트 교수의 한국사 강의에서 한일 과거사가 지나치게 가해국과 피해국의 관계로 조명되지 않는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이 오히려 발전하지 않았나, 친일파를 단죄할 근거가 있는가 등 한국 사회에서는 논의 자체가 위험한 주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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