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만큼 자주 쓰이는 단어가 ‘세계화’일 것이다. 기업 연수에 가도, 대학의 발전방안을 보아도 어김없이 세계화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세계화의 끝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답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역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같은 상품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은 가격을 갖는 상태, 즉 일물일가(一物一價)가 완벽히 성립하는 상태에서 세계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상품’에는 물론 노동이 포함된다. 세계경제 통합이 완전해지면 능력이 같은 근로자의 임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단순 노동자의 월급은 방글라데시처럼 월급 3만원이 되고, 실력 있는 투자증권회사 사원이라면 골드만삭스 수준으로 월급 5000만원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한 것은, 세계화는 세계적으로 보아 능력보다 많이 받는 근로자의 소득은 감소시키고, 능력보다 적게 받는 근로자의 소득은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능력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생산한 상품은 팔리지 않거나 공장 자체가 다른 곳으로 이전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관세 몇 % 줄인다고 이런 세계화가 금방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수송비용, 언어·문화·제도의 차이라는 장벽이 엄연히 존재한다. 어떤 학자는 이러한 무역장벽의 존재가 관세를 70% 부과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니 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렉’에서처럼 순간 물질 이동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와야만 세계화가 완성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신·수송 기술이 발달하고 자본의 이동성이 증가하고 경제제도가 수렴돼감에 따라 우리는 세계화의 끝에 점점 다가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국가정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근로자의 교육 수준과 능력이 4만 달러짜리 국가의 수준과 같아져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과 인도의 발전이 우리의 중산층에 타격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중산층의 능력이 중국과 인도의 수준을 항상 능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선진국의 꿈은 도시 건설이나 대규모 토목공사 현장에서가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꾸는 것이 맞다.

우리의 입시제도가 아무리 형평성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학생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하더라도, 미적분학과 통계학은 구경도 못해 보고 두 줄 이상의 문어체 영어문장은 이해할 수 없는 학생들이 계속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면 선진국이 되는 날은 요원하다. 아니 우리 중산층이 중국과 인도에 중대한 위협을 받는 날이 곧 찾아올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보호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등교육의 기회가 저소득층에 온전하게 주어지도록 보장하여야 하며, 미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근로자의 소득이라도 빈국(貧國) 근로자의 소득보다는 낫게 적절한 재분배 정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저소득층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데 아무런 의미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이 세계화로 피해 볼 수 있다는 공포가 세계화에 대한 거부감과 정치적인 저항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교육개혁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경쟁 지향적 교육정책과 진보적 빈곤정책을 결합할 수 있는, 비전과 추진력을 가진 지도자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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