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되면 어떤 직업이 좋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는 어떤 직업이 뜰까.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미 FTA는 직업전선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FTA의 키워드는 개방과 경쟁이다. 개방 폭이 넓어지고 경쟁이 더 치열해진 글로벌 환경에서는 누가 더 전문적이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 한.미 FTA로 뜨는 직업=인크루트 경력개발연구소가 최근 선정한 한.미 FTA 이후의 유망 직업군에는 국제협상전문가가 맨 앞에 나와 있다. 앞으로 EU.중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분명 관심이 커질 것이다. 다만 국제협상전문가는 외무고시.행정고시(국제통상)나 사법시험(변호사)을 거쳐야 하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되고 싶다고 누구나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이번에 한.미 FTA를 타결 지은 협상단은 어학 실력과 전문지식, 헌신적인 자세를 통상협상가의 자질로 꼽았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통상전문가는 법률과 경제, 외국 제도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고 협상을 하려면 외국어 구사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다른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영숙 외교통상부 FTA 제2교섭관(통신분과장)은 "통상 협상은 고도의 전문성과 헌신적인 자세를 요구한다"며 "어학을 포함한 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항상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넓게 보면서 어학과 전공 분야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익에 대한 책임감, 고독한 결정, 밤샘 협상에 따른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 이해당사자들의 비난 등을 고려한다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편안한 길''은 아니라는 게 협상단의 설명이다. 해외영업 전문가 수요도 늘 것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마케터(마케팅 전문가)도 유망하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들은 제품을 차별화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수경(41) 한국P&G 상무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마케팅 전문가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뒤 28세 때인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한국P&G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8년 만인 2002년 이 회사의 첫 여성 임원에 오른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한국인이 세계로 뻗어나가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분야가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요구 수준이 상당히 높아 한국에서 마케팅에 성공하면 세계 시장으로 전파될 정도"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현재''인 것이 미국에서 ''미래''이니,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면 미래를 먼저 본 셈"이라며 "그래서 한국인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능한 마케터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수입판매상, 무역전문가, 전문법률가, M&A전문가, 신약개발자, 환경전문가 등이 FTA 시대의 유망 직업으로 꼽혔다.


◆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한국의 인재가 미국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외국회사가 국내에 진출해 한국 사정에 밝은 국내 인재를 채용하는 등 국가 간 인력 장벽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변화될 고용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구직자가 염두에 둬야 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직무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의 인재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나 아니면 안 되는'' 특화된 실무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취업 희망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증이 있다면 미리 취득해 두면 좋다. IT 분야 취업을 희망한다면 오라클 OCP, 시스코 CCNA, 마이크로소프트 MCSE 등 관련 국제자격증이 도움이 된다.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나 한국무역협회.산업인력공단 등 기관에서 진행하는 해외 취업 프로그램이나 해외 인턴십 등을 이용해 보는 것도 해외 취업에 유리하다.

영어가 중요해졌지만 영어로 어떤 내용을 얘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수경 한국P&G 상무는 1997~98년, 2003~2005년 미국 지사에서 두 차례 근무하며 국제적인 감각을 키웠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 경험을 제외하고는 대학원까지 한국에서 나온 ''토종''인 그의 미국 생활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논쟁이 붙었을 때 주눅 들어 말을 못했어요.''이 분야를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내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붙더군요. 사교 모임이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에선 유창한 발음과 화려한 수사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데에는 영어 등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건은 실무 능력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국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57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외국계 기업에 입사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업무능력(56.1%)이 1위였고, 어학능력이라는 대답은 6.8%에 그쳤다.

서경호.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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