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외고, 개교 앞두고 ‘지역할당제’ 갈등

수원시, 입학정원의 30% 지역 우선선발 요구 … 도교육청, 타 외고와 같이 정원 외 5%만 가능

2005-08-18 오전 6:36:44 게재

내년 개교 예정인 수원외국어고등학교 입학생의 지역할당을 놓고 경기도교육청과 수원시가 갈등을 빚으면서 학교설립에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시는 용인외고와 같은 30% 지역우선 선발이 수용되지 않을 때에는 예산지원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영통구 이의동 1099번지 일원에 설립되는 수원외고의 건립비용 318억원 가운데 39%인 126억원을 부담하고 타 지역과는 인구와 학생수가 월등히 많은 지역여건을 반영, 입학정원 240명의 30%인 72명을 관내 중학교 학생들에게 할당해 줄 것을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실제 동두천시는 수원보다 적은 79억원을, 의왕시는 21억원을 지원했고 수원시 중학교 학생수가 5만2784명에 비해 동두천은 2097명, 의왕은 5100명으로 1/10∼1/30에 불과하다.
더욱이 수원시의 우수학생들이 타 지역의 특목고로 입학함에 따라 지역 학력수준이 저하되고 애향심마저 결여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지역 우선선발 30%는 반드시 수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원에는 과학고와 체육고등학교 외에 외국어고등학교 등의 특목고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반면 도교육청은 용인외고와 같은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인 수원외고의 특성상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30% 지역할당제는 수용할 수 없고 특별전형 형태의 별도 정원 5% 지역 우선선발만 가능하다는 방침이다. 올해 개교한 공립학교인 동두천외고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정원 외 5% 지역할당만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입장이 맞서 9월말 학생모집요강 발표를 앞둔 현재까지도 도교육청과 시는 공식적인 협의 한번 가져 본적이 없다. 두 차례나 보낸 공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시는 올해 76억원 외에 내년에 지원해야 할 50억원의 예산반영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역 학력수준 향상을 위해 추진한 특목고에 지역 학생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회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의 불만도 문제지만 의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 고민”이라며 “특히 건립비용 중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시가 지원하고 있는데 공립학교라는 것만을 내세워 30% 지역할당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수원지역에 특목고가 없어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타 지역의 특목고를 다녔다”며 “이제 지역에 외고가 설립된다 해도 30% 지역할당제가 수용되지 않으면 이러한 불편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2003년 도교육청과 수원시가 수원외고 건립 협약을 체결했으나 30% 지역할당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최근 사립인 용인외고가 30% 할당제를 채택하면서 지역현안으로 부상했는데 이는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야 할 공립에서는 어려운 요구라”고 말했다.
또 도교육청은 30% 지역할당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지역 학생들이 30% 이상 입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특목고 전형결과, 고양은 844명이 지원해 419명이 고양외고에 입학했고 안양은 229명 지원에 121명이 안양외고에 입학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외고 입학생이 86명이나 된 수원도 외고가 설립되면 입학정원 240명 중 30% 이상인 80명은 수원지역 학생들로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할당을 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실력을 발휘하여 그 지역의 외고에 30% 이상 입학하는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며 “시는 예산을 가지고 수원외고 건립에 차질을 줄 것이 아니라 교육청 방침대로 따라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외고는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어 등 5개과 8학급으로 설치되며 다른 특수목적고와 같이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게 된다.

/수원 선상원 기자 w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