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즐기고…] 노래·동화·연극 동원 신나는 ''1대1 과외''
한국외대부속외고의 영어봉사동아리 ''에듀잉''
배워서 아는 것 용인지역에 환원하겠다
포곡도서관서 초등생 대상 매주말 활동
이재준 기자 promeju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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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 처인구 포곡읍 포곡도서관.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용인외고) 2학년 정혜원(17)양이 영어 동화책 ''Little Bunny Bopkin(작은 토끼 밥킨)''에서 "It was colorful and pretty."라는 구절을 소리내어 읽었다. 옆에서 초등학생 박채림(둔전초 5학년·11)양의 눈길이 정양이 읽어주는 문장을 따라 움직였다. 이어 정양이 "컬러풀은 무슨 뜻일까"라고 박양에게 물었다. 박양은 "색깔이요"라고 대답했다. 정양은 "컬러가 색깔이라는 뜻이고, 컬러풀은 ''색깔이 화려한''이라는 뜻이야"라고 설명했다. 박양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포곡도서관 3층 세미나실에선 용인외고 학생들 20명이 포곡읍에 있는 둔전·왕산·포곡 초등학교 학생들 20여명에게 정양처럼 1 대 1로 영어 동화책을 읽고 해석해주고 있었다. 이들은 포곡읍 영어봉사동아리 ''에듀잉'' 소속 학생들. 지난 2007년 5월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에 포곡도서관에서 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주고 있다.



▲ 용인 처인구 포곡읍 포곡도서관 시청각실에서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영어봉사동아리‘에듀 잉’소속 학생이 이 지역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정혜원양 제공◆용인외고 학생들의 사회환원

"용인외고는 용인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학교에요. 용인시의 지원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저희 학생들이 지역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에듀잉을 만든 용인외교 2학년 정혜원(17)양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인외고는 경기도와 용인시에서 450억원을 지원해 2005년 3월 개교했다. 정양은 작년 3월 이 학교에 입학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지역에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양은 서울만큼 영어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 지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마음 먹었다. 정양은 이탈리아에서 1997~1998년, 2000~2005 두 차례 총 7년 동안 국제학교를 다녀 영어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정양의 어머니 이윤숙(41)씨도 딸의 생각을 적극 후원했다. 2007년 4월에 이씨가 포곡읍 포곡도서관에 봉사활동 신청을 했고, 도서관측에서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세미나실과 시청각실을 대여해줬다. 이씨는 정양이 용인외고 학부모 인터넷 카페에 교사를 할 용인외고 학생 모집 공고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용인외고 학생 34명이 모여 영어봉사동아리 ''에듀잉''이 만들어졌다. 봉사활동의 대상인 초등학생들은 포곡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40명이 모집됐고, 작년 5월 12일 첫 수업이 시작됐다.


▲ 용인 처인구 포곡읍 포곡도서관 시청각실에서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 어고등학교 영어봉사동아리‘에듀잉’소속 학생들이 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정혜원양 제공
◆노래, 연극, 동화책으로 영어 배운다

용인외고 학생들이 가르치는 영어교실은 흥미진진하다. 수업은 영어 동화책 읽기, 영어동요 부르기, 영어 연극으로 이뤄진다. 또 수업은 초등학교 1·2·3년 학생들이 모인 저학년반과 4·5·6학년이 모인 고학년반으로 나뉘어서 운영될 정도로 체계적이다.

저학년반은 시청각실에서 영어동요 부르기를 한다. 동아리 회장 정양이 매주 직접 악보와 가사를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온다. 수업에선 3학년 이미지(18) 양이 노래를 가르치고 피아노 반주는 초승아(17)양이 맡는다. 영어동요는 ''Row, Row, Row, your boat'', ''The Hokey Pokey'', ''Ten little indian'' 등이다. 영어동요수업을 하기 위한 피아노는 학생들이 작년 12월 1일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마련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옷과 자전거, 책 등을 도서관 앞에서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3시간 동안 판매했다. 이렇게 마련한 수익금 120만원으로 디지털 피아노가 마련됐다.

고학년반은 영어연극으로 영어를 배운다. 지난 4월 5일에 영어교실을 다니는 초등학생 10명이 ''아기돼지 삼형제''라는 영어 연극을 포곡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공연했다. 학생들의 발음은 어색했지만, 학생들은 영어 대사를 잊지 않고 소화했다. ''에듀잉'' 소속 3학년 서재희(18), 2학년 구예림(17)양과 2학년 윤찬(17), 2학년 박기웅(17)군 등 학생들이 5주 동안 영어연극을 지도했다.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학부모와 이 지역 초등학생 등 약 70명이 시청각실을 메웠다.

이 밖에 저학년과 고학년반 모두에서 에듀잉 학생들은 포곡도서관 세미나실에서 1 대 1로 영어책을 읽어주고 해석해주는 수업을 한다. 영어 동화책은 포곡도서관에 비치돼 있어 초등학생들이 마음껏 고를 수 있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호응도 뜨겁다. 작년 5월엔 40명이지만 현재는 70여명으로 30명 늘었다. 지난 3월 9일 수업이 끝나고 정양은 영어를 배우는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쪽지를 하나 받았다. 쪽지엔 "절대 절대 다른 데 가지 말고 나를 계속 가르쳐 주세요.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입력 : 2008.06.18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