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또한 샌드위치 격이다 . 따라서 이제는 구멍가게식 영업,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
"고객중심, 시장지향적 기업문화와 핵심가치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만국 공통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

지난 2월 미국 출장중에 만난 현지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모 대학교수의 말이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처한 실상과 미래 가능성이란 상반된 두 모습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국내 은행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체질을 강화해 온 덕분에 이제 일정 규모 이상 자산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은행산업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우선 국내 은행산업은 점차 더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이 어려운 성숙산업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좁디좁은 시장을 두고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은 물론 심지어 통신회사와도 뺏고 뺏기는 싸움을 펼쳐야 하는 등 나날이 경쟁 강도와 범위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넛크래커 속의 호두 같은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내 은행들이 이 같은 대내외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전략을 다듬고 적극적으로 외국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 통합화ㆍ개방화 추세에 비춰 볼 때 현재 우리 은행들의 외국 진출은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말 재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국외점포 수는 전체 점포 중 1.7%로 씨티(78.2%) HSBC(79.7%) 도이치뱅크(72.6%) 등에 비해 절대 열세다.

또한 국외 영업이익 비중 또한 평균 0.01%로 세계 40대 은행 평균 29.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5년 기준)

씨티나 HSBC는 말할 것도 없고 UBS, ABN암로 등이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 범위를 자국에서 세계시장으로 적극 확대한 결과라고 한다.

말하자면 외국에서 성장동력을 찾은 것이다.

반면 우리 은행권은 200조원 규모로 커진 자산을 국내에만 한정해 운용하다 보니 나날이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 또한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부를 창출하면서 다이내믹 코리아를 알리고 있는 이때, 금융산업 또한 이제는 큰 무대에서 사업 기회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급속히 진행되는 금융의 글로벌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장기적으로는 국외 영업이익 비중을 20% 가까이 올릴 필요가 있다.

물론 열정과 희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과거 80~90년대 적극적으로 외국 진출을 시도하다 본국시장으로 회귀한 바 있는 노무라증권의 실패사례가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선, 우리 은행산업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핵심 지역과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선진 글로벌 은행들과는 일정 수준 갭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글로벌 진출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각과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 확보와 양성이 중요하다.

외국시장을 꿰뚫는 혜안과 선진금융 경험을 지닌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외부인재 스카우트가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비즈니스 마인드와로열티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내부인력을 육성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서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체계적인 금융 전문인력 양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국제시장은 넓고 기회가 많은 만큼 리스크도 많고 그 폭도 클 것이므로 잘 준비하고 실력도 갖춤으로써 현지화에 성공하고 글로벌 승자로 거듭나야 한다.

사실 필자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타 산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반면 ''왜 금융산업에서는 세계 수준 은행이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늘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그러나 꿈을 갖고 도전하는 순간,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차기 성장동력 중 하나는 금융이다.

그 책임이 우리 금융인에게 있다.

[신한은행장 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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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2 17:18:01 입력, 최종수정 2007.03.22 17: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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