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대학’ 美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大 라이튼 총장 인터뷰
장학금 年1억2000만弗 쓰며 우수학생 유치
지원자 2배 이상 늘며 대학순위 12위로 껑충


“그래서 당신 대학이 어디에 있다고요? 시애틀? 워싱턴 DC?”

30년 전만 해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 사람들은 멀리 출장을 가면 이런 질문을 받곤 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대학이 미국에 세 곳이나 있었고,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은 가장 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대학이 지난 26일 브라운대, 존스 홉킨스대 등 유명 대학들을 제치고 미국 대학 랭킹 12위(시사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대학 순위 평가)로 올라섰다.

또 올해 신입생을 뽑을 때는 모집 정원 1330명의 17배가 넘는 2만3000여명이 미국 전역과 세계 100개국에서 몰려오기도 했다. ‘별 볼일 없던’ 시골의 작은 대학에서 국제적인 대학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엔 12년간 학교를 이끌어온 마크 라이튼(58) 총장이 있다. 1969년 플로리다 주립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학과장, 교무처장 등으로 일하던 그는 1995년 워싱턴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세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재정 확충, 우수 학생 유치, 학교 시설 개선. 이들 세 분야에서 20위권 밖에 머물러 있던 워싱턴대는 올해 대학순위 평가에서 재정 상태 4위, 학생선발 능력 6위, 대학시설 7 위를 기록했다. 라이튼 총장은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글로벌 인적자원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본지는 지난 25일 라이튼 총장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대의 성공 비결과 그의 대학 경영 철학 등을 들었다.

◆ “돈 없으면 개혁 못해”

워싱턴대의 성공 원인에 대해 라이튼 총장은 “든든한 재정이 없었으면 대학 개혁은 꿈도 못 꿨을 일”이라고 말했다. 총장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150명의 ‘기금 모금 특공대’를 조직한 것이었다. 그리고 3년 만에 7억5000만 달러를 끌어 모았다. 그가 부임하기 전에는 연간 기부금 액수가 6000만 달러에 그쳤었다. 라이튼 총장은 “지금까지(부임 후 올해까지) 15억 달러를 모금했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많이 모은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먼저 구체적인 계획을 짠 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 대학의 암연구센터. 1997년 라이튼 총장은 A4 10매 정도의 제안서를 들고 지역 봉사 단체인 댄포스 재단(Danforth Foundation)을 찾았다. 암 연구센터가 지역사회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상세한 제안서에 재단 측은 1억2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흔쾌히 냈다. 이런 식으로 기부받아 새로 지은 건물만 21개 동에 달한다.

라이튼 총장은 “지금도 한 달 일정 중 30% 정도는 기부금 모금을 위해 돌아다닌다”며 “기부자를 만날 때마다 자세를 낮춰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설득한다”고 말했다.

◆장학금에 경쟁체제 도입

워싱턴대가 매년 장학금으로 쓰는 돈은 1억2000만 달러. 라이튼 총장은 장학금 제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가난한 학생’보다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확대,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성공했다. 또 세인트루이스 지역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전액 장학금을 지원, 우수 학생들을 끌어 모았다.

라이튼 총장은 여러 나라에 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다양한 위원회를 구성,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학교 홍보를 강화했다. 1996년 결성된 국제아시아자문위원회(I ACA·International Advisory Council of Asia)는 중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에서 연례 행사를 갖는다. 라이튼 총장은 “행사가 열릴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입소문이 퍼져 학교 홍보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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