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들과 고교생들이 한국 학생들의 공부 습관에 맞는 토종 SAT 교재를 자체 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자신들이 만든 교재의 표지와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고준환·김주영·정보슬·김영석·권순후씨. [사진=안성식 기자]

“영어 원서로 돼 있는 SAT 대비 교재들은 문답풀이식 단순 구성으로 이뤄져 한국 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웠습니다. SAT를 경험한 선배의 공부 노하우가 담긴 교재의 필요성을 느꼈던 이유지요.”

미국에 유학 중인 고준환(22·조지타운 월시 스쿨)씨의 말이다. 한국인 유학생들 가운데에는 기존 SAT(Scholastic Aptitude Test·미국 대학입학자격고사) 원서 교재들에 대해 고씨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씨를 비롯해 한국인 유학생들과 국내 외국어고 학생들 15명이 모여 직접 토종 SAT 교재 개발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이들이 만드는 교재는 ‘유쾌한 지윤이의 SAT 가이드’라는 표제로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17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이들을 만나 토종 SAT 교재를 만들게 된 사연과 SAT 고득점 비결을 들어봤다.

　◆“기존 SAT 원서는 해설에 핵심이 없어 이해 어려워”=올해 초 인터넷 카페를 통해 토종 SAT 교재 제작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은 권순후(23·미국 윌리엄 앤드 메리대)씨는 기존 SAT 원서들의 문제점으로 한국 수험생들과의 시각차를 지적했다. 권씨는 “미국 SAT 원서들의 구성은 점수향상 위주로 요약정리식의 공부를 하는 한국 학생들의 공부 방식에는 맞지 않아 이에 적합한 맞춤형 수험교재가 필요했다”며 제작 동기를 밝혔다.

　기존 원서들이 외국 학생들의 시각에 맞춰져 처음 원서를 접하는 한국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권씨는 “공부를 하다 원서 내용이 실제 시험과 비교해 문항 수가 다르거나 일부 단락이 빠져있는 등의 문제점들을 발견했다”며 “현지 최신 정보를 국내에 바로 선보일 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제작에 참여한 김영석(22·UIUC 일리노이대 어배나 샴페인)씨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학원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이 서로 달라 정확한 최신 시험정보를 찾기가 힘들었다”며 “현지 유학생들과 국내 수험생들을 연결하는 정보교환의 고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교재 테스터를 맡은 김주영(22·컬럼비아대)씨는 “시중에 수험서들은 많은데 정작 내게 맞는 교재를 찾기가 힘들었다”며 “앞서 간 선배 유학생들의 최신 공부 기법을 찾다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의견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학을 준비 중인 정보슬(17·대일외고 3년)양도 원서 공부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기존 원서의 해설은 핵심이 빠진 채 너무 단순하거나 혹은 너무 장황해 오히려 이해하는데 혼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한국 학생 공부습관에 맞는 SAT 교재를 만들고 싶어”=이들은 올 3월부터 한국 학생들의 공부유형에 맞는 교재 구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단순 문답풀이식으로 구성된 기존 형식에서 탈피해 출제유형, 요점정리, 핵심, 실전전략, 유의점 등으로 구성을 세분화했다. 공부의 재미를 주기 위해 만화 캐릭터도 넣었다.

　제작 과정에는 유학을 준비 중인 국내 외국어고 고교생들까지 동참했다. 교재가 이렇게 만들어지면 공부하기 편하겠다는 고교생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대일외고 정양은 “기존 수험서는 해설을 봐도 잘 이해가 안됐고 때론 A=B식의 단문 해설도 있어 당황하기도 했다”며 “유학을 준비 중인 고교 친구들의 불만을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세렌디 아일랜드(http://serendi-island.com)’와 카페 ‘RealSAT http://cafe.daum.net/newrealsat)’를 통해 현지 유학생들의 생생한 유학정보도 실시간으로 곁들였다.

　어려움도 적잖았다. 지문들에 대한 저작권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영석씨는 “실제 저작권 소유자를 찾으려고 미국의 서점, 출판사, 기획자, 저자 등을 백방으로 수소문해야 했다”며 “현지와의 시간차 때문에 전화통을 붙들고 매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말했다.





　◆“SAT 고득점을 받으려면 반복 학습이 최고”= 이들은 SAT 고득점 비결로 한결같이 ‘반복 학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SAT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7~8권의 교재를 구입해 반복 복습하면서 유형을 익히는 것이 고득점의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김주영씨는 “반복이 점수를 높여주며 특히 독해와 작문을 잘 보기 위해 단어 반복 암기는 꼭 필요하다”며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자투리 시간에 유용하게 쓰라”고 조언했다.

　작문 공부에 대해 고준환씨는 다독을 권장했다. 그는 “효과적인 자기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을 익혀야 하는데 다독이 좋은 방법”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자신만의 표현을 토해내려면 좋은 문장 익히기를 통해 평소에 정리해 둔 자기 생각을 접목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또 그는 “빈칸 채우기나 빨리 쓰기 보다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견해를 인문학적· 과학적 사례를 근거로 삼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공부를 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석씨는 자기 주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학습동기를 계속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실전에서는 긴장감과 낯선 환경 때문에 평소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시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실전연습을 해두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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