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모의재판 경연대회에서 검사 역을 맡은 학생이 피고에게 구형을 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제2회 전국 모의재판 경연대회
규칙어기면 퇴학 마땅 vs 순간적 실수에 관용을
"교사 지시에 불응하고 폭언까지 한 피고에게 퇴학 처분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검사)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피고 역시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한 실수였습니다."(변호인)
지난 19일 고등부 모의재판이 열린 서울대 교육정보관 101호실은 실제 재판정을 옮겨놓은 듯 긴장감이 팽팽했다.
한국외대 부속외고(용인외고)팀은 미국에서 초ㆍ중학교를 보낸 학생이 국내 고등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학교 현실을 다뤄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학내 문제`라는 소재 발굴과 사건 재연이라는 연극적 요소를 도입해 흥미를 더했다.
피고인은 학내 규칙을 어겨 체육교사에게 수차례 지적을 받고 급기야 교무실에 불려간 자리에서 선생님에게 욕설을 내뱉는 등 문제가 커져 학생자치 법정에서 퇴학 여부를 재판받게 된다. 학생이 교사에게 혼잣말로 `○○`이라며 욕설을 내뱉는 재연 장면에서 200여 방청객들도 `세상에`라고 소리치며 모의재판에 빠져들었다.
검사와 판사, 변호인 등 역할을 나눠 근엄한 표정으로 재판에 몰입했던 13명의 학생들은 최우수상으로 발표되자 서로 껴안으며 환호했고 방청석 학부모들도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검사 역을 맡은 이호 군은 "올 초부터 대부분 법조인이 꿈인 친구 13명이 기본 대본을 직접 짜고 연습을 시작했다"며 기뻐했다.
지도교사인 장은정 용인외고 교사는 "학생들이 모의재판을 준비하면서 책에서 어렵게 공부했던 법률 지식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부 우수상(매경회장상)은 저작권 침해와 미술작품 표절을 다룬 복자여고와 청명고가 수상했다. 또 대학부에서는 주어진 즉석 주제에 대해 피고와 원고로 나눠 법리논쟁을 벌이는 순발력으로 승부를 겨뤘다. 형사부문에서 이화여대와 서울대가 결승에 올라 `이종간 체세포핵이식문제`에 대해 피고측과 원고측으로 나눠 경연을 벌인 끝에 이화여대 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민사부문은 `부동산 법적 분쟁사례`에 대한 법리논쟁을 펼쳐 고려대 팀이 이화여대 팀을 누르고 최우수상을 받았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모의재판은 법적 절차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양보와 타협의 정신까지 배울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법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아래는 수상자 명단.
◇고등부 ▲최우수상(법무부 장관상) 한국외대부속외고 ▲우수상(매일경제 회장상) 복자여고 청명고 ▲장려상 경북외고 대원외고 낙생고 ◇대학부 ＜형사부문＞ ▲최우수상 이화여대 ▲우수상 서울대 ▲장려상 숭실대 창원대 ＜민사부문＞ ▲최우수상 고려대 ▲우수상 이화여대 ▲장려상 서울대 경희대
■<용 어> 전국 고교생ㆍ대학생 모의재판 경연대회 = 법무부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하는 행사로 법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다. 첫 대회에는 총 42개팀이 참여했으나 올해에는 참가 학교가 66개교로 늘었고 예비 법조인이 꿈을 펼치는 경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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